신비한 로그북

2020년 11월 12일 - Destiny Dev Team

메모—제작 행성

그들이 새로운 육체에 적응하고 주크를 죽음에 이르게 한 해리성 거부 반응을 피하기 위해, 나는 엑소들을 관문을 통과해 정찰을 수행하는 임무에 파견했다. 벡스 인공위성의 표면 면적은 지구보다 크기 때문에, 탐험해야 할 면적이 상당하다고 할 수 있었다. 임무를 수행하다가 지치는 일은 없을 것 같았지만, 벡스 구조물의 막대한 규모와 단조로운 형태는 상당히 짜증스러웠다.

사막 한가운데서 우연히 이렇게 적은 글을 발견한다고 생각해 봐라: "나는 왕 중의 왕, 오지만디아스다. 내 작품을 우러러보아라. 아님 말고. 상관없다.

나만의 정신 액체를 합성할 수 있을 때까지는 작업에 벡스가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그들의 무관심은 정말이지 벌레처럼 지긋지긋했다. 그들은 벽 위를 어슬렁거리며 지나가는 뚱뚱한 바퀴벌레와 동일한 감정을 유발한다. 혐오감과 경멸. 이 기계에 불과한 대상들, 이 자동 장치가 우리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을 생각만 해도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그리고 괜히 건드렸다가는 은신처에서 물 밀듯 쏟아져 나와 우리 발치를 뒤덮을 것 같아 두렵다.

극대거성 2082 볼란티스의 섬광을 보니 프록시 너머인데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벡스가 여기, 최초 행성들의 염분이 포함된 바다에서 진화한 게 아닐까 궁금했다. 빼앗을 만한 중원소가 존재하지 않고 단순 화합물이 풍부해서인지, 그들은 포식 습성이 발현되지 않았다. (귀찮게 그럴 필요가 뭐가 있겠나? 어차피 모두에게 돌아갈 만큼 충분한데.)

대신 초기 우주의 격렬한 방사선은 비현실적인 저항력을 요구했고, 에너지의 재앙을 성장의 기회로 변환할 수 있는 능력을 유발했다. 약자는 폭발적인 감마선에 불타 도태되었다. 그리고 강자는 그 불길, 구석기 시대의 산소 기반 불길이 아니라 원자핵의 불길을 이용하는 법을 배웠다.

"식량은 여기에", "밀도를 낮춰라", "새로운 군체를 생성하라"와 같은 그들의 기본적인 협력 신호가 무리 행동, 즉 자가 반복되는 패턴 안에 정보를 보존할 수 있는 단순한 능력을 형성한 것이 분명하다. 벡스를 무리 정신이라고 칭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옳지 않다. 오히려 하나의 마스터 패턴이 자가 복제 수준으로 유사한 여러 구성 요소에 전파되는 것에 가깝다.

초창기부터 그들은 방어구를 발명했을 것이다. 아마 감마선을 약화할 히드로겔이나 물을 가둬 둘 실리카 판 같은 것이었겠지. 얕은 물 속에 들어가 이온화 방사선을 연료로 확보하려면 그런 보호막이 필요할 것이다. (그들이 행성 근처에서 번성한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기갑 방산충의 그물망으로 그 아래의 수확자를 보호하는, 무리를 이룬 협력 관계가 더 큰 구조물의 진화를 촉진했을 것이다. 그들은 미세 도구 사용자가 되어 요새와 갑옷 판을 만들었고, 이들 구조물을 위한 프로그램을 무리의 패턴에 보관했다.

그들이 얼마나 일찍 물리학을 발견한 건지 궁금하군. 인류보다 훨씬 빨랐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세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물질, 에너지, 시간과 공간의 양자에 쉽게 비유할 수 있다. 바다의 해일이 그들에게 천체의 움직임과의 연관성을 설명해 주었다. 치명적인 배경 방사능은 고에너지 물리학의 천연 관측소가 되었다.

그들의 첫 번째 외골격은 아마 젤라틴 보호 물질로 이루어진 부드러운 껍질이었을 것이다. 단순한 체액 주머니 말이다. 그 후로 얼마나 많이 변화했는가.

그들의 진화가 도출한 철학적 결과에는 분명히 흥미로운 점이 있다. 벡스는 자연이 전부 "인정사정없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가장 큰 문제가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다툼이 아니라 가혹한 생성에서의 생존이었던 벡스에게 협력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들은 이기심에서 이점을 찾지 못했다. 인류에게는 리바이어던이 사회적 존재의 법칙을 조직화해 줘야 했을지도 모르지만(그 꿈의 진딧물에게 내가 리바이어던이었던 것처럼), 벡스는 벽돌처럼 근본적으로 협력하는 존재였다.

유토피아? 아니, 그건 아니다. 그들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경험도, 주관도 없었다. 벡스는 자신을 제외하면 어떤 이미지도 상상하지 못했다. DNA를 재결합하여 자손을 생성하거나, 다른 개인과 관계를 형성하지도 않았다. 행성이 자기들의 영구적인 패턴에 맞지 않는다면, 거기에 맞춰 행성을 변화시키기도 했다. 그들에게는 현실과 시뮬레이션의 차이가 없었다. 내부는 외부와 동일했고, 둘은 서로에 대응하도록 만들어져야 했다. 아,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군. 그들이 창의적이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들의 창의력은 부담이 컸다. 그건 용광로의 창의력이었다.

다시 말하면, 벡스는 불멸이다. 벡스는 아이도 없다. 그들 자신이 바로 조상이자 후손이다. 처음부터 어머니들과 아이들 모두 한꺼번에 존재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집에서 자원을 약탈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보기에는 그것이 우주를 계승하는 진정한 삶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내게 힘이 있었다면, 그들의 존재를 모두 소거해버렸을 것이다.



항목 10

첫 번째 엑소 집단의 구성원 12명이 모두 죽었다.

그들의 해리 증상이… 극단적으로 악화되었다. 불쌍한 한 남성은 반향 동작과 반향 언어 증상이 발현되었다. 공감 능력이 지나치게 과성장해서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을 모방하고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그를 제거하라는 명령을 입력했을 때조차 그는 내 행동을 모방했고, 나는 그의 몸짓이 실제로 내 목숨을 앗아가지는 않을까 잠시 공포를 느꼈다.

나는 엘리자베스가 이런 재앙을 목격하고 의지가 꺾이는 일이 없도록 그 아이를 멀리 떼어 놓았다. 그 아이는 벡스와 청명 제어부에 도달하기 위한 비밀 작전 때문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M. 순다레시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M. 순다레시는 마지막 죽음 이후 내게 저항했다. "그들 중 아홉 명이 코타르 증후군으로 망상을 경험했어요!" 그녀는 히스테리컬한 목소리로 내게 소리쳤다. "자기들이 죽었다고 생각했다고요! 그중 한 명은 자기가 지옥에 떨어진 거라고 얘기했어요. 제가 자기를 속이려는 또 한 명의 저주받은 영혼이라고 했죠. 그녀 말이 틀렸을까요? 나머지는 더 심각했어요. 코타르 망상의 다른 주요 증상이 뭔지 아세요, 클로비스?"

나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지된 두뇌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즉시 부검을 실시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불멸이라는 망상이요! 그들은 자기가 불멸의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클로비스. 그건 병적인 망상이라고요!"

"생물의 유일하고 진정한 책임은," 나는 그녀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우리와 가장 비슷한 것을 지원하고 양육하는 거야. 나와 가장 비슷한 건 나 자신이다, 박사. 그러니까 내게는 죽음을 피해야 할 윤리적 의무가 있어."

"그건 아드님이 한 말이죠." 그녀는 쏘아붙였다. "저도 아드님의 최후가 기록된 영상을 봤어요. 유사근육과 부드러운 세포막으로만 이루어진 그 벌거벗은 하얀색 엑소가 요람에서 몸부림치는 모습을 봤다고요. 당신 작업이 끝났을 때, 그의 모습은 민달팽이와 다를 게 없었어요, 클로비스. 팔다리조차 없는 뒤틀린 고깃덩어리였죠. 그가 죽음에 이를 때까지 고문했던 것이 당신이 그를 '지원하고 양육'하는 방식이었나요?"

나는 즉시 M. 순다레시를 벡스 실험실로 이동시켜 접촉 실험을 수행하게 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자신의 근무 기록을 삭제하는 비윤리적인 행위를 했고, 그 바람에 나는 원했던 것만큼 그녀의 장래를 망쳐 놓을 수는 없었다.

그녀의 행동은 정말이지 전문가답지 않았다.

밀러도 세상을 떠났다. 그 불쌍한 청년은 우리가 최후의 치료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던, 적정한 변성 벡스 체액에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다. 그 물질은 손상된 구조를 아주 잘 복원시켜 주기는 했지만, 우리는 궁극적으로 그 극단적인 변형 효과를 통제하지 못했다. 최후의 순간, 나는 그와 아주 고무적인 대화를 했다. 그는 지금까지 노력해 준 것에 고맙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연구를 계속해 달라고 내게 부탁했다.

나는 다음 엑소 집단을 인터뷰하기 위해 심리학자들로 구성된 팀을 불렀고 적절한 대상을 추천했다. 그들은 이븐타이드 거주지에 정착했고 그 즉시 큰 도움이 되었다. 그들은 문제의 근원이 내가 제공한 엑소육체의 결함이라고 확신했다. 어떤 결함이냐고, 나는 물었다. 그들에게는 인간의 약점이 없었다. 그들은 먹고, 마시고, 호흡하고, 잠을 자고, 용변을 보고, 꿈을 꿀 필요가 없었다.

바로 그게 문제였다.

나는 그러한 성가신 행위를 유도하는 독이 부족해지거나 누적되는 일이 없어지면, 그런 행위에 대한 필요성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진화의 뒤엉킨 결과물은 그렇게 쉽게 합리화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내 생각이 틀렸다. 그들의 두뇌는 체내의 처리 절차가 붕괴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소화, 호흡, 심박, 내부 감각 수용이 사라지는 건… 전부 죽음의 징후였다.

이런 징후가 결과적으로 개개인의 육체에 대한 해리성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바로 코타르 망상이다. 망상이 머릿속에 자리를 잡으면, 그들은 자신의 육체를 이물질이나 괴사 중인 대상으로 인식하고 절단해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시체 안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한 공포로 인해 미쳐 버리는 것도 당연하다. 내 엑소들은 자기 신체에 대한 극단적인 불쾌감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우리 엑소 디자인에 인간 특유의 다양한 속성을 추가해서 육체가 질식하고 있거나, 아사하고 있거나, 영구적이지만 죽음에는 이르지 않는 심정지 상태에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두뇌에 인지시켜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생명의 사소하고 성가신 요건을 모방하는 건 그다지 흥미로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그와 같은 변경 사항은 다른 사람들의 손에 맡길 예정이다.

나는 기억 소거의 놀라운 성공에 훨씬 더 관심이 있다. 나는 새로운 엑소들이 쏟아내는 질문에 답해 주는 게 정말이지 지긋지긋했다. 스캔 치료소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그 후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가족을 만나게 해 줄 건지, 등등. 그래서 나는 그들을 가동시키기 전에 역행 기억상실을 유발했다. 흥미롭게도 이 경우 엑소자아 거부 현상에 대한 저항력이 크게 향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단편적인 기억이 부재한 경우 새로운 육체로의 이전이 조금 더 수월해질 거라는 가설을 세웠다. 또한 감정적인 연계를 상실하는 경우 건강 기능에 간섭할 수 있는 슬픔이나 스트레스가 촉발되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겠다.

이제부터 우리는 사전 업로드된 단편적인 기억에 대한 접근을 차단할 것이다. 또한 엑소육체로 변화된 이후에 형성된 기억을 차단하는 절차를 내장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 만에 하나 재시작이 필요할 경우 해당 엑소를 "공장 초기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물론 기억이란 두뇌의 정말 많은 부분에 분산되어 저장되기 때문에, 실제로 기억 엔그램 전체를 추적하여 소거하는 건 상당히 까다로운 작업일 것이다. 그러므로 차라리 이들 기억을 구속하고 배제하여 해당 기억이 고립된 채 사라지기를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어차피 기억이란 기록이 아니다. 두뇌의 특정 상태를 다시 재현하는 일련의 지시 집합, 즉 연극의 연출과도 같은 것이다. 모든 연극이 다 그렇겠지만, 실행하는 일 없이 오랫동안 내버려 둔다면 흐릿해져 사라질 것이다.
 
엑소육체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나 자신도 이 죽어가는 육체에서 분리하여 내 조수의 형체에 주입해야 할 때가 가까워져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경우, 나 자신의 기억을 잃어버리게 될까? 더는 나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걸까? 헛소리를 웅얼거리는 가짜 클로비스로 대체되고 마는 것일까? 받아들일 수 없다.

엘리베스가 먼저 해 보도록 해야 한다.

경고:
  • 장기 기능 정지 단계에 진입합니다.
  • 자극제와 항정신제를 과다 투여하면 간 부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기저 막의 프리온 붕괴가 비정상적인 인테그린 단백질의 결정화로 중단되었습니다. 즉각적인 의료 개입이 권장됩니다.



항목 11

엘리자베스는 우리가 감염되었다고 믿는다.

그 아이는 유로파의 얼음 아래에서 벡스의 미세 구조물을 감지했다. 조정된 수정의 정맥이 표면을 향해 기어 올라오고, 목성풍의 중이온을 수확하며 구조물을 배양했다.

그곳에서부터 벡스는 오해를 활용하여 전파될 방법을 찾았다. 그들은 사소한 신호 간섭으로 우리 반송파에 탑승했다. 패킷을 재전송해야 할 때마다, 수트를 착용한 엔지니어가 파트너에게 "뭐라고?"라고 말할 때마다, 벡스의 신호 간섭을 보완하기 위해 조정된 후 재전송된 메시지에는 해당 신호 간섭의 네거티브 이미지가 삽입되어 감염을 전파했다.

오류의 형태로 자기 이미지를 전달한다고? 역겹군.

그렇게 벡스의 오염이 2082 볼란티스로부터 우리 고향으로 이전되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초기 조사 팀은 이슈타르 프로토콜을 모두 준수하여 철저한 격리 조치에 따랐다. 원정 프레임은 현장에서 파괴했다. 유로파의 벡스는, 최초의 관문 건설자와 우리 함정을 통과한 불운한 자들과 함께 모두 격리되었다. 내 조수까지도 철저하게 분해 및 초기화되었다!

유일하게 가능한 매개체는 내 엑소뿐이다.
 
그들의 격리 기간을 충분히 확보했어야 하는데, 나는 생산을 가속화하는 데만 너무 집중했다.

벡스는 특유의 생존력을 바탕으로 전파된다. 대부분의 극단적인 파괴 행위에 면역이기 때문에, 그들은 더 은밀하고 교묘한 침입 도구를 생성할 때까지 충분히 오랜 기간을 견딜 수 있다.

그에 따른 이상 현상의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벡스는, 지금까지는, 단순히 호기심을 느낄 뿐이다. 하지만 벡스의 호기심은 언제나 벡스의 변형으로 이어지고, 나는 내 엑소가 오염되는 것을 거부한다. 나는 폭군들이 추종자들에게 영원한 삶이라는 시련을 실현하라고 강요하다가, 눈에 띄지 않는 문제점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접하며 성장했다. 나는 내 영혼의 수용체에 순수함을 요구한다!

또한… 공황 상태를 방지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벡스가 "존재를 손상시키는 정보 장해"로 전파된다고 잘못 알고 있다. 

아, 플루토에서의 난장판을 우리가 직접 바로잡을 수 있었더라면! 괜히 전쟁지능이 끼어드는 바람에 사태가 너무 시끄러워졌다. 내 팀들은 자기들이 감염되었다고 생각하는 경우, 브레이 기지가 공격을 퍼부을 거라고 예상할 것이다. 그러면 생산성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고.
 
아니, 계약을 위반한 그 심리학자와 밀러의 죽음이 그랬던 것처럼, 이 문제도 모두 조용히 처리해야 한다.

엑소는 본질적으로 튼튼하다. 그들 안에 있는 청명의 씨앗에는 근본적으로 벡스를 저지하는 속성이 있다. 따라서 그들에게 포함된 오점은 잔류해 있는 인간의 약점일 수밖에 없다. 유산 구조의 잔류물이다. 따라서 바로 그 구조를 제거하기만 하면 된다.

나는 이미 해리성 거부 반응을 감소시키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기억 소거의 사용처를 확장하려 한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특정한 정보 재해가 감지될 경우 기억 소거를 발동시키는 "순수 이성 면역 시스템"을 엑소자아에 적용하려는 것이다. 심리학 팀에는 그냥 미래의 해리성 인격 장애에 대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할 것이다.

이러한 기억 소거를 거치면 엑소는 간편하게 최적의 임무 수행 준비 완료 상태로 전환될 수 있다. 정신적 외상이 초래될 수 있는 외계 환경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병사들에게는 최적의 대응책이다. 제작 행성에서 계속 임무를 수행하고, 향후 엑소 생산을 위한 재료를 비축하기에도 최적의 방안이 아닐 수 없다.

계속해서 보고가 접수되고 있는 이 의 의미를 알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어떤 탑과 끔찍한 살인에 관한 꿈이라고 하던데—

엘리자베스는 내 처방에 동의한다. 그 아이는 우리의 보안 문제를 해결하고 백업 현장에서 엑소 생산을 가속화하겠다며 열심이다. 물론 우리에게 청명 제어부는 하나뿐이지만, 그녀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으며, 이제는 질문을 그리 많이 하지도 않는다. 사실, 이제는 그 아이가 파멸해 가는 육신을 버리고 업그레이드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며칠만 더 침묵을 지키고 있으면, 그 아이가 분명히 알아서 자원할 것이다.

나 자신의 감염을 해결할 방법은 그만큼 자명하지 않다.

내 육체의 세포외 매트릭스 섬유에 비정상 구조가 있다. 내 육신 가장 깊은 곳에 아주 작은 수정체들이 너저분하게 자라고 있다.

단백질 주름에 벡스의 영향력이 미쳤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내 조수가 2082 볼란티스에 갔을 때 내게 전해졌을 것이다. 내 뼈가 방산충 태피스트리처럼 격자 무늬로 변해 가는 과정은 보고 싶지 않다…

신체 상태:
  • 체온 섭씨 30.6도. 맥박 분당 140회, 강함, 불안정함: 극도의 공포. 혈액량을 축소하여 압력을 제한합니다. 맥박 산소를 제한합니다.
  • 조수에 대한 단속성 운동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집착/강박으로 보입니다. 30밀리초의 경두개자기자극 파장으로 의식을 강화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지금까지는, 벡스의 영향력이 심각한 의료 문제를 저지했기 때문에 오히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오염이 내 안에 존재한다는 생각만 해도… 다른 불안 증상이 악화될 것만 같다…

나는 M. 순다레시가 겉보기와는 다른 인물일 것 같다는 의혹에 꽤 오랫동안 시달려 왔다.

벡스를 연구하는 이슈타르 탐사단에서 그녀의 이름을 확인했지만, 그녀를 고용했던 기록은 없다. 만약 고용했었다면 분명히 그녀를 알아보았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지금도 탐사단이 나보다 훨씬 빨리 인간 의식 시뮬레이션의 문제를 해결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M. 순다레시가 아주 값진 정보의 근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2082 볼란티스로의 첫 번째 원정 이전에 그녀가 했던 작업 내역을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엘리자베스도 우리 원정대에 M. 순다레시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녀는 대체 누구일까? 벡스의 감염?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벡스는 의식이 있는 인간을 생성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은 접촉한 인간의 정신을 모방할 수는 있다… 어쩌면 그걸 도구로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침입 도구로. 보균자로.

  • 구토 억제제 주입 개시.

이런 오염물이 몸 속에 있다면, 나 자신조차 믿을 수가 없다! 나는 손상되었다. 엘리자베스가 고쳐 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내 연구 전체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클로비스 II는 빌헬미나와 엘리자베스에게 그가 손을 댄 것에 대해 이야기했을까? 같은 부모를 공유하고 있는데도 두 자매는 유전적으로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내 아들은 빌헬미나에게 부계의 대립 유전자를 주었고 엘리자베스에게는 모계의 대립 유전자를 주었다. 그 반대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포트폴리오의 다변화. 하나가 실패해도, 다른 하나가 성공할 수 있다.



메모—엑소 간섭 측정

엑소의 수면 주기 꿈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현장 직원들과 내 엑소들의 신경 원격 측정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전의식이 이들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했다. 어둠 속 속삭임을 찾으려 한 것이다.

내 직원들 중 상당수가 벡스의 역겨운 영향력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 패턴은 지속적이고, 환각을 초래하고, 공통적으로 따분하다.

하지만 내 엑소들에게서는 아주 독특하고 흥미로운 영향이 드러났다. 누군가 그들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었다. 손버릇이 나쁜 사람처럼 은밀하게, 그들의 생각 모든 측면에 다른 사고를 엮어 두었다. 꼭두각시를 조종하는 것과는 달랐다. 그렇게 직접적이진 않았다. 오히려… 알카헤스트의 유동 깊숙한 곳에 감춰진 질감이나 경향에 가까웠다.

내 엑소들의 정신은 안테나처럼 이세계의 어떤 주파수에 맞춰 조율되어 있었다. 어쩌면 서광의 멍청이들이 집착했던 것과 같은 복제인지도 몰랐다. 흩어진 엑소들을 통해 나는 내면의 신들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엿들을 수 있었다.

회교도가 그런 속삭임을 뭐라고 부르더라? 사탄의 속삭임? 그건 다른 출처에서 확인한 건가? 나중에 찾아볼 것.

개별 엑소는 각각 정보의 일부만을 수신했다. 하지만 나는 모든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각각의 엑소를 분산 배열의 개별 요소로 취급하여 수집된 데이터를 통합하고 분석하는 것이 가장 간단할 것이다.

신들이 그렇게 큰 소리로 속삭이지 않는다면, 간섭 측정을 사용할 것.



메모—엘리자베스의 업로드

그 아이가 해냈다. 내 손녀가 변화되었다. 내 유산은 안전하다.

짜증나게도 그녀의 결심을 굳히게 만든 건 벡스 문제였다. 그 아이는 오염되는 것에 너무 큰 위험 부담이 있다고 생각했다.

엘리자베스가 내 실험실로 날 찾아왔다. 들어오는 길에 그녀가 감각중추를 사용하여 무언가를 하자, 내 기록 시스템이 모두 강제 정지되었다. 그때 이미 내가 승리했음을 알았다. 그 아이는 항복하러 왔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그 기록을 남기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그 아이가 한바탕 잔소리를 늘어놓는 동안 최대한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솔직히 당황스러운 이야기도 있었다. 그녀는 날 헤이그에 고발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또한 PFHOR를 "미친 자아 도취자의 미학"이라 지칭하며, 그게 "실패한 부모가 후회를 감추려는 수단"이라고 말해 나도 어쩔 수 없이 웃고 말았다.

그냥 머리를 들이미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마리 돼지가 서로의 서열을 정리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PFHOR 원칙에 따르면, 내 믿음을 실체화하고 전파하는 모든 것은 내 자손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 엑소들 또한 내 손녀와 마찬가지로 내 자식들이다. 오히려 더 진짜 자식에 가까울 수도…

그 아이가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변변찮은 저항을 해야 한다면, 얼마든지 받아 줄 용의가 있다. 자존심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니까. 또한 이렇게 대들 용기를 낸 것도 전부 자기가 이 사실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벡스를 얕봤다고, 내 아들을 피실험체로 이용했다고 비난하는 것을 마친 후, 그 아이는 파괴 스캔 후 엑소육체로 업로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녀는 벡스와의 전쟁에서 엑소자아의 인내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 즉시 동의했다.

스캔은 아무런 흠결 없이 끝났으며, 당연히 치명적인 중독을 유발했다. 내 손녀의 인간 형체는 14시간 후 작업대 위에서 사망했다. 손녀가 괴로워할 일이 없도록, 나는 의식을 회복시켜 주지 않았다. 자연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점이 한 가지 남아 있다. 그녀가 청명 제어부를 찾아내고 그것이 엑소 제조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낸다면, 엑소 생산을 중단시키려 할 것이다. 물론 그런 건 허용될 수 없다. 이 프로그램 전체의 가치는 말로 다 표현할 수조차 없으며, 그걸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아무리 극단적인 조치라도 시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 벡스의 감염을 처리하는 일에는 그 아이가 필요하다. 지금도 엘리자베스는 기적과도 같은 새 육체의 능력을 시험해 보고 있다.

나 자신의 육체는 빠르게 소멸해 간다. 하지만 내게 영구적인 절차를 수행하기 전에, 먼저 엘리자베스의 신의를 분석해 볼 시간이 더 필요하다.

장기 추출을 위해 최신 돼지 무리를 도살할 준비가 끝났다. 오늘 밤에는 내 몸이 열리고 재구축될 것이다. 수술 과정 전체를 처리할 프레임들에 이미 프로그램을 적용해 두었다. 그 돼지들에게 이름을 붙여 줄 기회가 없었던 건 참 아쉽게 됐다. 그래도 오늘은 신선한 돼지고기로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항목 12

신체 상태:
  • 체온 섭씨 15.9도. 맥박 분당 160회, 강함, 불안정함. 변연계에 극도의 공포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나는 수술대 위에서 죽었다. 그건 예상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깨어났을 때, 나는 여전히 수술대 위에 있었다. 배도 열린 그대로였다.

거의 완벽하게 캄캄했다. 의료 프레임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것들은 움직이는 도중에 우뚝 멈춰선 채로, 절단 및 흡입 장치가 대기 상태로 윙윙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내가 그걸 볼 수 있는 건… 하나뿐인 붉은 눈에서 비추는 빛 때문이었다.

수술이 끔찍하게 잘못됐다.

목을 감싼 생명 유지 목줄의 위쪽은 모두 온전했다. 하지만 그 분계선 아래로, 나는 뒤엉킨 육체 다발로 조각조각 분리되어 있었다. 내 신경이 한 다발을 구성하고, 순환계가 또 한 다발을 구성했다. 림프절도, 근육도, 벌거벗은 뼈도… 내 세포외 매트릭스의 반짝이는 몸체가 추수감사절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남은 칠면조처럼 수술대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내 육신은 깨끗하게 발라내져 분류되어 있었다. 내 머리에서 쏟아져 나온 피가 혈액의 삼각주를 형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장기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었다. 나는 해체된 채 살아 있었다.

청명? 난 어둠을 향해 물었다. 호흡을 하지 않아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내 감각중추로 전송할 수는 있었다. 당신인가?

"아니요." 붉은 눈 뒤의 목소리가 말했다. "저예요."

순다레시.

그녀의 목소리는 사려깊고, 희미하고, 예리하게 공포스러웠다. 마치 앵글 그라인더를 두개골에 갖다 대는 소리 같았다.

"이것과 비슷한 일이 제게도 일어났어요. 전 한때 탐험가였어요. 수백 명의 저 중에서 한 명이었죠. 그때 전… 덫에 빠졌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들은 갈고리로 절 꺼내서는 뱃속을 뒤집어 꺼내 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했고, 그 다음에는 그들이 절 수십억 개로 만들었어요. 우리 모두 서로를 향해 소리쳤죠. 목청껏 키오마를 부르고, 어머니를 찾았어요. 그들은 옳은 하나를 찾고 있었죠. 그리고 절 찾아냈을 때, 그들은 다른 저를 모두 죽였어요. 전 제가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조용해지니까 기분도 좋아졌거든요. 홀로 남겨졌다는 사실이 기뻤어요."

벡스, 나는 그녀를 향해 외쳤다. 넌 어차피 벡스 하나일 뿐이야. 넌 진짜가 아니고 날 해치지도 못해.

"그럴까요?" 그녀는 내 척수를 붙잡았다. 프레임 하나가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내 척수를 마치 뱀처럼 들어올렸다. "전 당연히 벡스 하나가 아니에요. 벡스에 "하나"라는 게 있기는 할까요? "벡스"가 행하는 행위가 아니라 어떤 대상이 될 수 있는 걸까요? 저는 모르겠어요. 그들이 왜 절 여기로 보냈는지 모르겠어요. 그들도 알고 있을 것 같지 않아요. 그들은 그냥 행하니까요. 제가 왜 여기 있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클로비스?"

"날 죽이려고." 나는 속삭였다. 빨라질 심장 박동도 없고, 숨 막히게 조여들 폐도 없는 상황에서, 내가 공포를 느낄 수는 있는 걸까? 난 그럴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넌 암살자야…"

"아니요." 순다레시가 속삭였다. 붉은 눈이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시간 속에서 고동쳤다. "벡스는 그렇게 직접적으로 행동하지 않아요. 그들은 당신이 여기에서 뭘 찾아냈는지 몰랐지만, 전 당신의 비밀을 알아냈어요. 청명 제어부요. 제가 그들에게 말하면, 그들은 반드시 찾아올 거예요."

붉은 불빛 때문에 수술 도구에 묻은 내 피가 검게 보였다. 나는 엘리자베스에게 신호를 보내려 했다. 워낙 당황한 상태라 그 아이를 엘시라고 부른 것도 같다.

순다레시는 내 척수를 붙잡은 손을 움켜쥐었다. 엄지 손톱이 내 디스크를 파고들어 그 아래 신경을 눌렀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 구토 억제제 주입 개시.

"청명 제어부로 데려가 주세요." 순다레시가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찾아낸 걸 보여주세요. 그래 준다면, 클로비스, 당신을 살려 주겠어요."

"넌 진짜가 아니야. 날 해칠 수 없어."

"오, 클로비스." 수술 프레임들 중 하나가 단분자 절단기를 내밀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5센티미터 길이의 와이어가 내 신경 속으로 파고들었다. 가위가 서걱거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전 이 프레임들 안에 있어요. 당신의 신경계 안에 있지요. 당신의 뼛속으로 들어왔어요. 이제 절 청명 제어부로 데려가 주세요. 정원의 씨앗으로 데려가 주세요. 데려가 주세요. 데려가 주세요. 데려가 주세요. 데려가 주세요. 데려가 주세요. 데려가 주세요. 데려가 주세요. 데려가—"

엘리자베스가 나타났다. 그녀의 엑소육체는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움직여 어둠에 적응한 내 눈으로는 따라갈 수가 없었다. 내게 보인 것은 흐릿하게 휘도는 폭력과 산산이 조각나는 프레임들뿐이었다. 눈앞이 캄캄해지며, 나는 기절했다. 엘리자베스가 깨끗한 프레임들을 갖고 들어와 수술을 끝마친 모양이었다. 깨어났을 때, 나는 다시 온전한 몸으로 돌아와 있었다.

새로운 엘리자베스에게는 입도 코도 없었다. 그 아이는 그게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두고 보면 알 일이다. 하지만 내게 몸을 기울이는 그녀의 두 눈 속에서, 경외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당신은 제 할아버지죠." 그녀는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아닌가요?"

경고.
  • 극심한 공포로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 축이 과잉 활성화되었습니다. 심각한 면역, 내분비, 자율 신경계 기능 장애를 수반할 수 있습니다.
  • 해리성 인격 장애, 가까운 사람에 대한 애정 상실, 강박 행동, 수면 장애, 처리/학습 능력 감퇴 등에 주의하십시오.
경고.
  • 해면골 물질에 비정상적인 단백질 결정화가 감지되었습니다. 골수 내의 미확인 동형 단백질로 인해 아릴시클로헥실라민 NMDA 길항제가 누적되었습니다. 심인성 영향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메모—세 번째 환영

내가 수술을 받는 동안 또 다른 일이 일어났다. 외상 억제제가 순다레시라는 존재에 대한 공포를 줄여 준 덕분에 이제서야 그 일이 다시 떠올랐다.

나는 죽었을 때, 또 하나의 환영을 보았다.

클로비스 II의 엄마와 함께한 환영이었다. 그녀는 늑대였고, 한쪽 눈은 별이었다. 나 또한 늑대였고, 나는 내가 알파 늑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군림하고 지배하기 위해 싸우는 무리의 지도자, 가짜 알파였다. 잘못된 연구의 결과로 생겨난 오해이다. 야생에서 늑대 무리는 가족이며, "알파"라는 말은 단순히 "부모"를 의미할 뿐이다. 빌헬미나가 그 얘기를 해 주었다.

그녀가 바로 진정한 알파였다. 그녀는 어머니였다. 나는 진정한 아버지가 아니었기에, 진정한 알파라 할 수 없었다.

나는 헐떡이며 그녀를 바라봤다. 내 주둥이에서는 피가 방울져 떨어졌다. 그녀는 슬픈 눈으로 우리 사이의 너저분한 물체를 내려다봤다.

그제서야 나는 지배력을 증명하고자 날뛰던 내가 우리 새끼들을 잔혹하게 도살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어린 클로비스 II를, 올튼과 빌헬미나와 아나스타시아를 죽였다. 내가 엘리자베스를 죽였다.

나는 경악하여 낑낑거렸다. 알파 늑대는 하나뿐인 슬픈 늑대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밝게 빛나던 다른 눈은 변광성의 요동치는 빛에 정확히 맞춰 흐려지고 다시 밝아졌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나는 물었다.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그녀는 피투성이 눈더미 위에 얼굴을 대고 날 올려다봤다. 지친 표정이었다. 그녀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 이미 여러 번 경험했다. 새끼들이 나와 같은 늑대들에게 살해되는 것을 이미 여러 번 목격했다.

클로비스 II 엄마의 목소리가 늑대의 주둥이에서 흘러나왔다. "당신은 누군가 항상 하는 일을 했어요. 많은 것을 보고는 모두 독차지하며, 자신을 다른 모든 이들 위에 올려 두었죠. 그리고 다른 이들이 당신의 많은 것을 위협했을 때, 그들을 찍어 눌러 당신의 지위를 유지했죠."

"당신은 제 정원에 적을 키우고 쓰디쓴 열매를 먹었어요. 저는 매번 상황이 달라지기를 바랐죠. 매번 그 쓰디쓴 열매의 꽃으로 절 조금씩 잃어버렸어요. 이제 그 열매는 당신과 당신의 사람들 안에서 꽃을 피울 거예요. 저는 그런 걸 원하지 않아요. 다른 모든 것을 원하지. 하지만 그 선택을 한 건 제가 아니예요."

"왜 날 막지 않았지?" 내 긴 혓바닥에서 피의 맛이 느껴졌다. "왜 내가 이런 짓을 하게 내버려 둔 거야?"

그녀는 슬픈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두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노력해 왔다. 나는 듣지 않았다.

"나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잖아." 나는 으르렁거렸다. "단 한 번도! 내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잖아. 적어도 청명은 내게 꿈을 보내줘. 엑소육체와 장어 같은 거! 적어도 내가 무엇이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청명이 그런 꿈을 보내줬다고 생각해요? 당신은 이미 죽었고 그 영향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데, 왜 당신에게 이야기하는 걸까요?"

"거짓말!" 나는 울부짖었다. "넌 날 돕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내 아들이 죽었을 때도. 내 손녀가 병에 걸렸을 때도. 모두 내가 해결해야 했어. 넌 말 한 마디조차 하지 않았잖아!"

"가장 좋은 목소리는," 그녀는 무한한 슬픔과 끝없는 희망을 담아 말했다. "들리지 않는 법이죠. 이 교훈은 가르치고 또 가르칠 가치가 있어요. 선택은 제 것이었던 적이 없어요. 전부 당신 것이었지."



항목 13

내 해부의 여파에 대한 회상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겠다.

엑소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 사이에 혼란과 실망감이 크게 번졌다. 끝도 없이 그들을 달래 줘야만 했다. 기억 소거 이후의 과도기를 조금 더 수월하게 거칠 수 있도록, 나는 엑소 이름에 아반티 번호 체계를 적용했다. 기억 초기화를 할 때마다 엑소의 접미사 번호를 1씩 증가시키는 것이다. 오리지널 인간의 육체에서부터 0으로 시작한다면, 마호메트-0은 인간, 마호메트-1은 엑소, 마호메트-2는 초기화 이후의 동일한 엑소 이름인 것이다. 그 이후로도 같은 규칙을 반복하면 된다.

이 정수는 하드웨어에 저장되어, 우주론의 시간에서도 안정성이 유지될 수 있다.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엑소들이 항상 자기가 몇 번째 버전인지 알 수 있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엘리자베스의 과거 삶의 일화 기억은 사라졌지만, 우리가 새로운 엑소자아를 제작할 때 사용한 스캔은 여전히 파일로 보관되어 있으며, 그 모든 기억 또한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 나는 그런 기억들을 사용하는 감각중추 복원에 참가해 보라고 엘리자베스에게 권유했지만, 건설적이지 않은 사건들에는 가까이 가는 일이 없도록 했다. 그래야만 엘리자베스에게서 삶의 잔혹한 혼돈을 배제하여, 그녀가 진짜로 바라던 사람이 되도록 해줄 수 있었다. 더 원활하고, 더 명확한 환생이 가능했다.

그 아이는 자신의 버려진 육체를 심해에 투하하고 싶다고 고집을 부렸다. 얼음을 통과하여 유로파의 검은 심장으로 떨어뜨리고 싶다는 말이었다.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직 그녀에게 청명 제어부의 존재를 알리지는 않았다. 그녀의 감정을 관리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엘리자베스는 그 비밀에 침투하려던 시도를 잊은 듯했다.

그녀가 잊지 않은 건 벡스의 감염을 정리하기로 했던 계획이었다. 사실 그 일은 그녀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가 되었다. 그녀는 "강화된 원격 휴양"이라는 위장 아래 감염자들의 핵심 인원을 활동 정지 장치에 격리하고 있었다.

그들의 육체가 잠을 자는 동안, 그녀는 비파괴 스캔으로 그들의 정신을 시뮬레이션된 환상 세계로 떠나 보냈고… 우리 현실의 속도로 수백 번이나 반복했다. 벡스의 영향력이 그들의 꿈의 세계를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변주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

메모: 의심스럽긴 하지만 실제로 조사하지는 말 것.
 
엘리자베스의 목표는 시뮬레이션된 정신 속에서 벡스의 감염이 전파되는 형상을 관찰하고 그 예측을 기반으로 실체적 정신의 치료 기반을 확립하는 것이었다. 질병을 말기까지 가속화하여 병원균의 특질을 추론해 내는 것과 같은 일. 그 다음 그 아이는 벡스에게 훼손된 복제를 삭제한 후 잠을 자고 있는 육체에 정신 외과 시술을 했다. 아니, 나는 그렇다고 추론했다. 그녀는 자기 방법론을 내게 설명할 시간이 없다고만 이야기할 뿐이었다.
 
이 기법이 내가 사용한 방법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자녀 상태를 생성하여 그들이 고통받고 죽어가게 한 후, 그 데이터를 사용하여 오리지널을 보호한다. 내 아들의 마지막 나날. 잔혹하다…

조만간 그 아이에게 나 자신의 감염에 관해 물어봐야 한다. 어쨌건, 이제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항목 14

대재앙. 모든 것이 아무 문제 없이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엘리자베스는 행성을 떠나 화성으로 가서, 자매와 형제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사회적 환경 내에서 그녀의 모습을 원격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 엑소육체는 완벽했다! 그녀는 편안하고, 자신감이 넘치고, 재주도 많다. 분열적 엑소자아 거부나 그와 관련된 병적 업로드의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평가한 결과로는 대폭 확장된 작동 기억으로부터 개연성에 대한 직관적이고도 정확한 포용력까지, 인간의 기준에 비해 주지할 만한 인지 향상이 나타났다.

나 또한 그와 같은 도약을 할 준비가 끝났다. 이 지치고 연로한 육체를 지금껏 얼마나 오랫동안 달래며 끌고 왔던가. 나는 다시 젊어질 준비가 됐다.

하지만 그때 나는 실수를 했다. 그녀에게 꿈에 관해 물어봤다. 탑과 망자들에 관해 물었다.

"알고 계셨나요?" 그녀가 물었다. "그러면 저 혼자가 아니란 거군요. 그렇다면 제 이미지를 만들어 업로드하기 전에, 이미 꿈에 관해 알고 계셨단 거고요. 모든 엑소가 그런 꿈을 꾸나요?"

당연히 그렇다고 나는 말했다. 엑소에게는 잠재의식이 있다. 엑소도 사람들과 같은 꿈을 꾼다. 기억. 정신적 외상. 창조에는 언제나 정신적 외상이 따르는 것이 아닐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제조 과정에서 해결할 수 없는 미지의 인지적 결과물이 생성된다는 얘기군요. 제게 그런 경고는 미리 하셨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또 감추고 계신 게 있나요?"

내가 미처 만류하기 전에, 그녀는 에온 추진기를 전력 가동하여 유로파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너무 잔혹한 속도로 가속한 탓에 아무리 우주선에 탑승했다 해도 인간이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충격이 가해졌다. 그 아이가 자기 데이터링크를 정지시켜 원격 측정 결과를 읽을 수도 없었다.

빌헬미나와 아타스타시아가 그녀에게 나를 적대하라고 한 게 분명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내가 그녀를 불멸의 존재로 바꿔 주었는데! 내가 고통스럽고 확실한 죽음으로부터 그녀를 구했다! 자매들은 그 아이를 보듬어 최악의 습관을 키우는 것 이외에 그 아이에게 해준 게 뭐가 있다는 말인가? PFHOR가 예측하기로는 그 아이가—

하지만 그녀는 확실히 이성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그 아이는 무기를 가져 오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발견한다면 엑소 생산을 영구적으로 중단시킬 수 있는 수단이라고 했다. 그녀가 청명 제어부를 찾아낸다면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다.

그건 허용할 수 없다.



메모—엘리자베스의 애원

할아버지,

이 편지는 최선을 다해 할아버지께서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쓰겠어요.

벡스는 할아버지 혈통에 대한 위협이에요. 브레이 가문이나 브레이테크뿐 아니라, 가능한 모든 미래의 모든 인간에 대한 위협이죠. 전 마야 순다레시를 찾았어요. 할아버지의 골수에 자리잡은 벡스 기생충이 아니라 진짜 마야요.

그녀가 제 두려움을 확인해 주었죠.

벡스는 모든 별이 짓뭉개져 블랙홀이 되고, 새로 태어난 모든 우주에 벡스가 들어차기 전에는 멈추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점령한 우주를 끝없이 배열한 후, 가능한 모든 과거를 시뮬레이션하여 거기에 벡스를 채워 넣을 거예요. 지금까지 살아왔고 또 앞으로 살아갈 모든 존재가 이산화규소의 악몽으로 인한 감염과 섭취와 고통을 경험할 수 있게요.

그렇게 삼켜진 시뮬레이션에서, 시뮬레이션된 벡스는 우리의 육체를 숙주로 더 많은 우주를 더 많은 우리의 복제로 채우고, 또 더 많은 벡스에게 영원히 고통받게 할 거예요.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세계에서 존재할 수 있는 우리의 모든 버전에 끝없는 고통과 광기의 퇴행이 자행되겠죠. 그들이 우리를 증오하거나, 두려워하거나, 우리를 벌하고 싶어 하기 때문은 아니에요. 오히려 그들이 무관심하고 호기심이 있기 때문이고, 이용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우리에게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할아버지의 PFHOR 개념이 벡스를 말살해야 한다고 지시하는 거예요. 바로 지금, 철저히 소멸시켜야 한다고요. 미래에 오직 벡스만이 존재한다면, 미래의 역사가 어떻게 할아버지의 초생자를 받고 개체 발생 시 할아버지의 본질을 변주하여 삽입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벡스가 관여한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이 있죠. 안 그래요? 할아버지가 제게 감추고 있는 비밀, 그러니까 K1 이상 현상을 방문한 후 약속했던 돌파구 말이에요.

제가 어린아이였을 때 읽어 주신 그 이야기 기억하세요? 저는 못 해요. 엑소니까요. 하지만 탁아소의 기록을 찾아냈어요. 할아버지는 제가 제일 좋다고 그러셨더군요.

이 이야기에서는 한 사이보그 여성이 바닷가의 춥고 안개 낀 곳을 찾아가요. 그곳에서 또 다른 여성을 만나죠. 어둠의 영향력에 사로잡힌 예언자요. 예언자는 머나먼 미래에서 아주 긴 통로를 거쳐 희미하게 전해 오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어요. 이 미래에는 사이보그 여성에게 필요한 많은 기술이 존재했죠. 하지만 그곳에는 또한 광대한 악의만이 느껴질 뿐, 인간적인 것이라고는 흔적도 찾을 수 없었어요.
 
하지만 바다를 향해 흔들리는 안개 속에는 또 다른 것이 있었죠. 탑이에요. 이 동화를 들으면서, 그 탑이 바로 열쇠일 거라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 예언자의 말에 늘 수반되는 형체 없는 악의에 대한 해답이요. 할아버지는 이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 준 적이 없었어요. 그리고 전 그 후로 줄곧 그 탑에 시달렸죠.

이제 또 다른 탑을 꿈꿔요. 전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낼 거예요, 할아버지. 그리고 제가 알아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전 제이콥 하디 신탁회사를 방문했어요. 그리고 윌라의 도움을 받아, 위상적 사상을 확보했죠. 여행자의 빛의 실재하지 않는 유물이요. 그 초인과의 티끌로부터, 전 2082 볼란티스의 모든 벡스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는 무기를 제작했어요. 벡스를 파괴하면, 할아버지도 어쩔 수 없이 엑소 생산을 중단해야 하겠죠.

제가 이 무기의 제작 및 전달 과정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면, 제가 죽었다는 사실을 아나와 윌라에게 전해 주세요. 작별 인사라도 제대로 할 수 있게요.

이건 그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에요. 할아버지가 아니라.

신의 은총을 비세요, 할아버지.

소원해진 손녀,
—엘리자베스



//OV-85851 한누 II
//전술 기록 — 인간 독해 가능
//공간-시간 해시 — 원격 확인으로 변경(위치:겨우살이)
//비정상적인 공간-시간 해시. 확인되지 않은 업로드: 다형태 기계 코드?
//버퍼 오버플로우 공격을 확인하는 중입니다. 결0x0000004B6FAFBC07
한누@한누-vm ~$ sudo execstack -s bof
//DEP 및 공간 보호 비활성화는 관리자 권한이 필요합니다.
-개인키(클로비스루트) -해시워드(라이브_커넥톰:클로비스루트)
한누@한누-vm ~$ sudo execstack -q bof
X bof
//루트 접속 권한이 부여되었습니다. 경고: 이 하드웨어 구성은 공격에 매우 취약합니다.

-감독(위치)
-경보(위협!!!)
-삭제.사용자기록() -개인키(클로비스루트)
-사인오프(클로비스루트)

//관리자가 위협 경고를 전송합니다: 유로파 표면, 단일 공격자, 지점 파괴 행위.
//궤도:브레이기지에 경고합니다.
//오류!!! 체크섬 불일치. 궤도:브레이기지가 다형태 코어 재프로그래밍으로 손상되었습니다.
//대규모 보안 위반 공격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표면 전술 인식 수색을 개시합니다(위상 배열 모드)…

위협이 등록되었습니다. 인간 사령관에게 경고합니다…

브레이 님 브레이 님 여기는 한누 여기는 한누입니다
직원 브레이엘시가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선외 활동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직원 브레이엘시의 의도 파악 중
  • 무장함(발사체 무기, 간섭 보손 무기, 극소 전술 기기 개인 생태계, 정신 공포 생성기)
  • 무장함(전략 무기, 정점: 반물질 파괴 장치)
  • 무장함(전략 무기, 여행자 기반, 효과 미확인: 여행자 기반의 정신 무기일 수 있음)
  • 무장함(개인 전투 구조, 맞춤 설정)
직원 브레이엘시가 파괴 행위를 의도합니다(위치::딥스톤)
직원 브레이엘시가 미승인 이동을 의도합니다(위치::관문—>2082_볼란티스)
직원 브레이엘시가 정신 공격을 의도합니다(2082_볼란티스)

직원 브레이엘시가 클로비스브레이/클로비스루트/명령_딥스톤을 위반합니다

치명적인 개입 수단의 이용 재가를 요청합니다.

  • 개입_비치명()
오류: 이용 가능한 비치명 수단이 없습니다(대상 강화).
오류: 이용 가능한 설득 수단이 없습니다(대상 오프라인 상태 및 보호됨).

-대기(30)
로컬 실제 시간으로 30초 동안 대기합니다.

//음성 기록:

"엘리자베스. 듣고 있다는 거 안다. 이건 집단 학살이야. 너도 알고 있지? 그 관문과 그 너머의 자원을 파괴한다면, 인간의 불멸성도 더는 존재할 수 없다. 가늠할 수조차 없는 수조 년에 걸친 인간의 삶이 상실된다는 거야."

"엘리자베스, 이 방식이 널 구했다. 가능했다면 네 아버지도 구했을 거야. 그를 위해, 네 자매들을 위해, 그러지 마라. 내가 널 저지하고 싶진 않다."

"엘리자베스,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나는 늘 네가 가장 좋았다, 엘리자베스. 제발…"

  • 옵션(개입_치명)
한누 지각 배열에서의 마스터 공격을 권장합니다.
경고: 유기체 대상의 하부 조직이 손상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생존 확률은 0.00006%입니다.
즉각적인 의료 개입이 권장됩니다.

  • 예측(위치:딥스톤) 공격자(브레이엘시)
반물질 장치로 인한 위치:딥스톤의 전체 파괴. 복구 불가.
 
  • 개입(치명)
직원 브레이엘시에 대한 치명적 조치 시행에는 승인이 필요합니다.

  • 개인키(클로비스루트) -해시워드(라이브_커넥톰:클로비스루트)
오류. 커넥톰 해시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클로비스루트가 아니거나, 두뇌 상태가 비정상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재전송.

  • 개인키(클로비스루트) -해시워드(라이브_커넥톰:클로비스루트) -수정자(경악)
치명적 개입 조치가 승인되었습니다. 개입 중.

마스터 방출 완료.
대상이 파괴되었습니다.
2차 반물질 폭발이 감지되었습니다.

브레이엘시 직원 파일을 닫습니다. (생체 신호로 생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음.)



항목 15

아무 문제 없다. 엘리자베스는 죽지 않았다. 내가 격추시킨 대상은 오류의 산물이었다. 외부의 영향력에 의해 편집증과 혼란에 사로잡힌 이례적인 파생물이었다. 암세포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나는 암세포를 상대하듯, 그녀를 조준하고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

잔혹하군.

그녀가 날 배신했어!

나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그녀를 인류 역사상 과학적 및 존재론적으로 가장 위대한 발견에 초대했다. 그녀는 나의 살아 있는 유산이자 불멸의 후손으로서 참가한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폭파시켜 버리려 했다! 이보다 더 끔찍한 배신이 있을 수 있을까? 내 손녀가, 내 패턴의 자손이, 내 논리의 결과물이 뱀, 사과 속 벌레, 영원한 삶의 적이었다니!

그 버전의 엘리자베스 브레이는 내 손녀가 아니었다. 내게는 그저 이방인이었을 뿐이다!

그녀가 이미 자초한 일이었지만, 정말이지 내가 직접 죽여 버리고 싶었다.                                                                     

신체 상태:
  • 체온 섭씨 36.1도. 맥박 분당 160회, 강함, 불규칙적: 극단적인 생리적 흥분(공포/분노). 혈압 190/130. 즉각적인 개입이 권장됩니다.
  • 안와전두엽이 과잉 활성화되었습니다.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 축이 과잉 활성화되었습니다. 성상 세포 살포가 혈액/두뇌 방벽을 통과합니다.
  • 혈액 내 비정상적인 결정체가 감지되었습니다. 아릴시클로헥실아민 NMDA 길항제입니다. 약물 미확인.

벡스와 딥스톤 무덤 없이는 알카헤스트를 추가로 만들 수 없다. 그리고 알카헤스트가 없다면 엑소도 없다. 그녀는 절반은 돼지의 것인 이 더러운 몸뚱아리 속에서 날 죽어가게 하려고 했다! 그저 내 유산만이 아니라 영원한 내 존재를 앗아가려 했다! 내가 한 행위는 전적으로 정당하고 도의적인 것이었다. 나는 수조 년에 걸친 내 삶을 구했다. 내가 향후 인류를 위해 베풀 수 있는 모든 선의를 구했다.

—나는 왕이 되기를 신에게 거부된 사울일까? 사울이 요나단에게 창을 던진 것처럼, 나 또한 자손들에게 창을 던지는 것인가? 내가 얼음 행성 위의 엘리자베스를 검은 별로 불태워 버린 이유도 오직 내 공포와—

아니야! 여기 신성은 하나뿐이다. 진정한 신들의 만신전에서 나를 초대하기 위해 천사를 하나 보냈다. '그것'은 '나'를 거부하지 '않았다'. 이건 시험이었다! 내 의지의 해명이었다!

나는 내 유산의 두 매개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하나는 엑소 프로그램의 불멸의 군단이요, 다른 하나는 어리석고 엇나간 아이였다. 그리고 나는 옳은 선택을 했다! 옳은 선택을 했다!

신들은 후회하지 않는다. 신들은 누그러지지 않는다. 기독교의 신이 실패한 것은 아브라함에게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라고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걸 중단시켰기 때문이었다. 신이 아브라함의 아들을 거두었다면, 아브라함은 자비와 연민을 바라는 마음으로 신에게 복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월한 의지를 향해 순수하게 복종하는 마음으로 신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신의 계획을 이해하거나 거기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필멸자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들은 오직 복종할 수밖에 없다.

그 아이는 이토록 어리석고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하기 전에, 왜 나를 찾아와서 생각을 바꿀 마음이 없냐고 묻지 않은 걸까. 내 생각을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했을까?

—하지만 사울이 다윗에게 창을 돌리게 만든 건 악령이었고, 사울이 아들 요나단에게 창을 던지게 만든 건 다윗에 대한 시기심이었다. 악령이 내게 들어온 걸까? 순다레시가 내게는 사울을 전투에서의 죽음으로 이끈 엔도의 마녀이자 키르벳 사프사페의 마술사인 걸까?

벡스의 행동도 어딘가 달라졌다. 순다레시가 그들에게 신호를 보낸 것 같다. 어차피 한누에 경고 신호를 울린 것도 그녀가 아니었던가?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내 코드를 사용했다. 그리고 그 경고 신호가 없었다면, 엘리자베스가 브레이 기지를 파괴하는 데 성공했을 것이다 벡스도 나만큼이나 딥스톤 무덤이 파괴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공격이 다가오는 것 같아 두렵다.

이 전투에서는 가장 순수한 의지로 싸워야 한다. 이런 감염을 더는 감당할 수 없다. 나는 이 오염된 육신에서 벗어나 영원한 형체로 이동할 것이다. 내 정신의 마지막 완벽한 이미지를 극도로 안정적인 석영에 영원히 백업하고… 내가 개발한 육체에서 살아갈 수 있게 설치할 것이다.

그 스캔의 사본 하나는 딥스톤 무덤으로 들어가 알카헤스트의 샘을 영원히 지킬 것이다.

또 하나는 내 조수에게 전달되어, 영원을 향해 달리는 내 마차가 될 것이다.

그리고 엘리자베스는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것이다. 그녀가 필멸자의 육체를 버렸을 때 제작한 스캔을 나는 아직 갖고 있다. 그 형상을 바탕으로 그 아이를 다시 만들어 낼 것이다. 나를 배신할 생각을 하기 전의 모습으로 그대로 복원할 것이다.

정말이지, 청명은 두 번째 기회의 세례반이다.



항목 16

그 아이는 구원되었다. 내 훌륭한 연구의 은총 덕분에 엘리자베스를 구원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 아이는 벡스의 급습을 막을 준비를 주도하고 있다.

그 아이를 새로운 엑소육체에 탑재하면서, 나는 벡스가 이전 육체를 훼손시켜서 파괴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나는 그 아이에게 세 번 생명을 주었다. 처음에는 아이의 아버지를 만들었다. 그다음에는 질병으로부터 구원했다. 이제는 어리석은 실수로부터 아이를 구했다. 나는 아들에게 해주지 못한 일을 했다. 그 아이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었다. 살아갈 기회, 그리고 충직한 내 손녀가 될 기회를.

백업 사이트에는 이미 경고를 했고, 유로파가 붕괴될 경우를 대비해 알카헤스트 비축분도 준비해 두었다. 내 일은 끝났다. 마침내 내 보상을 받을 때가 되었다. 나를 위한 커스텀 스크립트를 준비해 두었다—

브레이테크 스핀트로닉 멀티 이미지 생성기
두뇌 전체에 대한 XN-편중 구조/기능 스캔
빠른 확산 텐서 맵 유도 켜짐. 모델 설정: 불가지론/모델 없음.
평면 강조 유도 켜짐.
나선형 리샘플링 켜짐.
스마트 신경다발 추적 켜짐.
고유 벡터 메모리 공간 탐욕.
화소 크기(매우 작음)
슬라이스 개수(최대)
합성 FOV 역전 시간 1나노초 이하
그래프 라이브러리(라자루스.무덤:통합)
예상 메모리 요청: 최대 출력 2.4 엑사바이트.

신경하 캡처 기술: 방사 화학 스냅숏
신경하 양자 이미징: 고스트 교체 듀얼 채널 억류 추출기.

경고. 방사능 결합체 고정기/결속기가 12시간 내에 치명적인 독성을 방출할 수 있습니다. 즉각적인 치료를 요청하십시오.
경고. 양자 듀얼 채널 이미지 유출에는 파동 전자기장이 필요하며, 치명적인 신경 외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36시간 내에 퇴행성 두뇌 이상이 예상됩니다. 즉각적인 호스피스 관리를 요청하십시오.

계속하시겠습니까?

키를 누르기만 하면 스캐너가 내게 진정제를 주입하고, 불멸의 독을 쏟아 부은 후, 내 두뇌의 원자에 기록된 양자 정보로부터 내 정신의 완벽한 이미지를 추출할 것이다. 이런 고해상도 스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지금 논의할 필요가 없다. (정신의 구성 요소 중 진정한 양자로 이루어진 것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나는 오직 최고만을 고집하니까.

이미징 바인더의 약병에서는 달콤한 금속 냄새가 난다.

이것이 내 작업의 정당성을 입증한다! 내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나를 의심하던 그 모든 사람들, 그 패배주의자들, 늘 "클로비스, 당신은 그렇게 많은 걸 갖고 있으면서 왜 이 세상에 더 많은 걸 요구하는 거지?"라며 징징대던 근시안들. 그들 모두를 꺾었다!

그 질문을 했던 것이 클로비스 II의 엄마였던가? 왜 태아를 건드리려 하는 거냐고 물었던 그때였나? 왜 일말의 기회를 얻기 위해 그의 모든 잠재력을 위험에 처하게 하느냐고 물었던 때?

이제 나는 더 많은 것을 손에 넣을 것이다. 나는 여기에 수천 개의 엑소육체를 보유하고 있고, 도서관의 커넥톰에도 수천 개가 더 있다. 군대를 구축할 것이다. 나는 이 벌레의 침공에 맞서 싸우고 적을 돌려보낼 것이다. 그다음 그들의 노쇠한 무덤 행성에서 부품을 벗겨내고 모든 필멸자에 최후를 안길 것이다.

당신은 여기 유로파에서 죽을 거예요, 클로비스. 죽고 또 죽어서, 당신 이름조차 잊어버릴 때까지.

나는 아무것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래, 내 정신의 복제 하나는 엑소에 삽입될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사본은 딥스톤의 현장에 설치될 것이다. 그가 나를 내 운명으로 이끌 것이다. 힘과 지식의 신들이 나를 환영해 줄 것이다. 나는 길의 시작과 근원, 긴 길의 토대인 공통 조상이 될 것이다!

당신 이름은 인류가 몰락한 후 변색된 폐허에서 지워질 거예요. 그 어리석은 행위의 생존자들이 당신의 모든 연구가 폐허가 되어 버린 현장을 뒤적일 거예요.

닥쳐, 순다레시. 가족에게 편지를 남겨 놓아야겠다. 그들이 나를 잃은 슬픔을 경험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들에게 결국에는 내가 어떻게 승리했는지 말해야 한다…

…됐다. 다 썼다.

당신이 그 시시한 철학을 정말로 믿었다면, 편지를 남겨놓는 일은 없었겠죠. 중요한 건 당신의 생존뿐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었을 테니까요.

이 보잘것없이 꿈틀거리는 벌레 같으니. 너는 청명을 이해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너는 내가 벗어 버린 육체에 구속되어 있다. 내가 천사의 완벽한 영원을 달성하는 동안, 너는 중독된 그 잔해 안에서 죽어갈 것이다. 너는 내 변화의 잔류물이 될 것이다. 커피포트를 사용하고 남은 찌꺼기… 미끌거리는 죄악.

우리는 당신에게서 떨어지지 않아요, 클로비스.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은 같으니까. 같은 힘을 갈망하니까. 우리는 영원까지 함께할 거예요…

내게는 손녀를 죽일 힘이 있었다. 널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

돼지처럼, 새끼를 먹는 건가요. 그런 선택을 당신 스스로 한 걸까요? 그녀는 우리의 연구 결과를 대부분 파괴할 생각이었어요. 어쩌면 우리가 당신을 유도한 것일 수도 있죠.

상관없다. 그녀는 연구 결과를 대부분 파괴할 생각이었다.

방금 얘기했지만, 그건 우리의 연구 결과였어요. 두려워하고 있군요. 우리도 느낄 수 있어요…

이거나 느껴 봐라, 이 거들먹거리는 민달팽이야.

방사능 결합체 주입을 시작합니다. 왕관 구성으로 두개골을 경유하여 18개 지점에 직접 주입합니다. 바늘 치수는 100마이크론입니다.

움직이지 마십시오.

아. 표피는 아프다. 하지만 그 안쪽으로는 고통이 없다.

신체 상태:
  • 체온 섭씨 36.1도. 맥박 분당 30회, 강도 좋음. 혈압 120/60. 호흡 분당 14회. 맥박 산소 100%. 오늘의 혈액 혼합물은 돼지에서 배양한 것으로, 신선한 전혈입니다.
  • 혈액 내 비정상적인 결정체가 감지되었습니다. 아릴시클로헥실아민 NMDA 길항제입니다. 약물 미확인.
  • 혈압 상승 및 응고 위험. 호중성 백혈구 이동 및 코티솔 반응은 사망 징후입니다. 애도 상담을 요청하십시오.

  • 경고: 뇌척수액에 독성 방사능 결합체가 집중되었습니다! 뇌사 임박!
  • 경고! 고 테슬라 자기장 유동! 뇌사 임박!

  • 자발적인 신체 차단을 진행합니다(코드: 약한 비). 품위 유지를 위한 소화기 조정을 수행합니다. 기타 마지막 소원을 전송합니다(장기 복제용 돼지 해방, 개인 자료 처분). 개인 정보를 소거합니다. 할일 목록을 확인합니다…
  • 경고: 완료하지 않은 할일이 있습니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
  • 좋은 사람 및 좋은 할아버지 되기: 진행 중
  • 미래 인간 사고의 공통 조상으로 변화: 진행 중
  • 호스피스 모드에 진입합니다. 기록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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